좋든 싫든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AI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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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든 싫든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AI

진정한 노동 개혁은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는 것


김승훈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조직홍보팀장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시기 영국에서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진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기계파괴운동’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이 처음으로 나타나는데, 인류 역사에서 첫 근대적 경제성장이 발생했다. 대량생산이라는 기술 혁신이 일어났으나 사람들은 전보다 행복하지도, 부유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더욱 가난해졌다.

 

일하는 시간 역시 하루 14시간 이상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기술발전이 오히려 대량실업이라는 불행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이게 다 기계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들은 급기야 기계에 모래를 뿌려 고장 내고 방직기계를 망치로 때려 부수기 시작한다. ‘러다이트 운동’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구속되고 사형이 집행되었다.

 

필자가 ‘러다이트 운동’을 처음 알게 되면서 느낀 점은 하나는 “아무리 저항해도 기계 사용이라는 시대 흐름은 막을 수 없다”는 것과 “200년이 지난 현대에서는 뭐 이런 기계파괴운동은 발생하지 않겠지”라는 거였다. 그런데 최근, 파괴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난 3월에 비슷한 일이 하나 생겨났다. 미국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공동 창업했던 워즈니악,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등 각계분야 전문가 3,000여 명이 인공지능(이하 “AI”)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밝힌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예기치 않은 위기에 대비하고자 AI 연구개발을 최소 6개월간 유예하고 안전 규약을 만들자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실로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닐까.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지식인들이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예상하는 심각한 부작용은 무엇일까?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 업종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본다.

 

▲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 <사진 출처=Jason M Allen 페이스북>

 

위 그림은 지난해 8월 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 우승을 차지한 작품이다. 미술에 대해 무지한 필자가 보아도 잘 그린 그림으로 보인다. 유명하고 잘 그린 작품이 많지만, 이 그림은 바로 ‘미드저니’라는 AI가 그린 그림이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구글의 알파고처럼 인간의 그림을 이기고 우승한 AI. 그렇기에 앞으로도 회자 될 그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은 과연 저작권이 있을까? 이 질문 역시 당분간 뜨거운 감자가 될 예정이지만, 일단 미국 저작권청은 ‘미드저니’가 제작한 이미지에 대해 저작권을 부정했다.(2023년 2월).

 

"AI가 학습했다는 그림체도 누군가가 열심히 갈고닦아 스스로 길러낸 실력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버튼 하나로 도둑질하며 돈을 벌기까지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네요."

-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공제회 설문조사 내용 중 발췌

 

한국노동공제회는 6월 초 일러스트레이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AI의 영향을 일찍, 그리고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이라서인지 AI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왜일까? 일차적 이유는 이들이 받는 보수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출판물 표지를 제작하면 제작 기간 약 1개월에 약 100만 원의 보수를 받는다.

 

그런데 여기에 크몽, 숨고 등 인력 매칭 플랫폼으로 일감을 구하면 일러스트레이터가 가져가는 보수는 20만 원대 전후로 줄어든다. 과도한 경쟁으로 시작부터 단가가 낮게 형성돼 있고, 플랫폼 기업이 제작 기간 약 15일이 걸리는 일감에 대해 보통 2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심지어 제작 기간 약 5일이 걸리는 AI로 만든 표지 디자인은 가격이 1~5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 정도면 단가 후려치기를 넘은 시장 생태계 파괴 수준이다. 유례없는 변화에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AI 발전속도가 가장 빠른 미국에서는 조직화와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1만여 명의 조합원을 둔 미국 작가조합은 AI가 대본을 작성할 수 없도록 하는 동시에 AI가 쓴 대본을 각색하는 행위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유명한 톰 홀랜드는 작가들과 연대하기 위해 ‘스파이더맨 4’의 제작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아바타3’, ‘어벤져스’, ‘스타워즈’ 속편 개봉도 1년 연기된 상황이다.

 

노동 개혁은 회계장부 속지 1장 달라는 게 아닌,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는 것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챗 GPT 등장 후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연구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정규직 일자리 3억 개가 AI의 영향을 받고 대체될 위기에 놓인다고 예측했다. 일자리 3억 개는 전 세계 일자리의 25%이다. 심지어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일자리 3억 개는 현장직 종사자인 블루칼라 계열이 아닌, 사무직 직종인 화이트칼라가 대부분이다. AI가 ‘코딩, 계산, 검색, 문서 작성’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월등히 뛰어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하루가 멀다시피 노동 개혁을 외치고 있다. 노동조합으로부터 회계장부 속지 1페이지를 받으면 “국민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드디어 우리가 노동 개혁을 이뤄냈습니다!”라고 대국민 기자회견이라도 열 분위기로 노동계를 억압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노동 개혁일까?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이라고 했다.

 

좋든 싫든 AI는 10년 안에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당연히 노동시장을 넘어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18세기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에 대해, 당시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 경(Sir)이 상원 의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의 잘못도, 기계의 잘못도 아니다. 정부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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