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③] 프리랜서 회원, UI/UX 디자이너 겸 인스타툰 작가 김수윤 님을 만나다

“공제회를 아는 것만으로도 프리랜서에게는 힘이 된다”
[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③] 프리랜서 회원, UI/UX 디자이너 겸 인스타툰 작가 김수윤 님을 만나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당신, 가까이에서 고충을 나눌 동료의 존재가 아쉬운 적 없었는가? 4대보험료를 절반씩 꼬박꼬박 지원받는 직장인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은? 내가 지금 받는 이 금액이 맞는 건지, 궁금하고 헷갈렸던 때는?  
홀로 일하는 외로움과 어려움에 ‘느슨한 연대’를 꿈꿨다면, 여기에 가장 가까운 대안이 있다.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플랫폼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하 공제회) 이야기다. 공제회는 프리랜서들이 모일 구심점이 되어, 일을 하면서 필요한 법률 상담, 금융 지원, 건강검진 지원, 직업훈련 지원, 면접비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공제회의 정회원으로 내야하는 회비는 월 5천원. 그만큼의 돈을 낼 가치가 있는 걸까?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하는 프리랜서 회원들을 만나 물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UI/UX 디자이너 겸 인스타툰 작가 김수윤
(인스타그램 @sogeumtoon)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고양이 영상들을 즐겨본다면, 고양이 소금이와 흑당이의 일상을 사랑스럽게 그린 ‘소금툰’을 마주친 적 있을 것이다. ‘소금툰’의 작가이자 프리랜서 UI/UX 디자이너이기도 한 김수윤 씨는 2023년을 마무리하며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에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각개전투하는 프리랜서들은 이런 공제회가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프리랜서들에게 공제회의 혜택들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소금툰’의 한 에피소드. 인스타그램 @sogeumtoom

안녕하세요, 어떤 일을 하는 프리랜서이신가요?
안녕하세요. 1인 UI/UX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수윤입니다. 인스타툰 ‘소금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언제였어요?
디자인 에이전시에 다니다가, 여행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초기 멤버로 들어갔어요. 같은 브랜드에서 3년 정도 일하고나니까 새로운 걸 하고 싶더라고요. 마침 그때 외주 일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주말을 이용해서 주변의 다른 스타트업에서 맡겨주시는 일들을 했어요. 배너, 명함, 포스터 디자인 같은 작은 프로젝트들이었지만, 하면서 제가 독립해도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이상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처음 1인 스튜디오로 독립하고나서 어떠셨나요?
IT쪽은 프리랜서 플랫폼이 잘돼있어요. 저는 위시켓이나 프리모아, 크몽 같은 플랫폼에서 일을 구했어요. 그때는 배달의민족 같은 스타트업들이 뜨기 시작했을 때였고, 투자를 받아서 모바일로 전환하는 회사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수요에 비해 UI/UX 디자이너가 부족하다보니 일이 넘치는 상황이었죠. 덕분에 제가 프리랜서로 진입하는 게 좀 수월했던 것 같아요. 

지금 하는 본인의 일, UI/UX 디자인을 좋아하시나요?
네. 만족해요. 보통 스타트업들은 초창기에 직원을 고용하기 어려울 때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써요. 오래 살아남기 힘든 업계다보니까, 제가 디자인했던 어플리케이션들 중에는 투자 기간이 끝난 후에 서비스를 중단한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데 아주 바닥부터 시작하는 단계에 참여했던 서비스가 오래 잘 되는 걸 볼 때는 뿌듯하고 성취감을 느껴요. 또 디자인을 잘 했을 때나, 클라이언트한테서 칭찬을 들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도 있어요. 저는 UI/UX 일을 통해서 유능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디자인으로 유능감을 채우고, '소금툰'으로는 창작 욕구를 채워요. 그래서 둘 중 하나가 진짜 하기 싫을 때는 다른 걸 하고, 또 다른 게 질릴 때는 이걸 하고, 그런 식으로 밸런스를 맞춰가니까 힘들어도 만족하면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김수윤 씨가 디자인한 어플리케이션 이미지들. 김수윤 씨 제공.


'소금툰'은 언제 시작하셨어요?
프리랜서로 독립하고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프리랜서는 일이 계속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일이 뜨는 시기에 가만히 있으니까 불안하더라구요. 비는 시간에 뭔가 하고 싶어서 ‘소금툰’을 시작했어요. 이걸로 창작 욕구도 채우고, 고양이도 자랑하고 싶었어요. 그때는 만화를 직업으로 할 생각도 없었고 이게 돈이 될 지도 몰랐어요. 짧고, 말도 안 되고, 재미없는 만화였지만 일주일에 4개 이상 꾸준히 업로드했어요. 그렇게 올린 지 4개월 정도 되었을 때부터 조금씩 팔로워가 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1년 반 되었을 때 광고가 들어와서 첫 수익이 30만원 생겼는데, 그때 처음 이게 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다음부터는 엽서 같은 굿즈를 만들어서 플리마켓에 나가보기도 했어요. 팔로워도 조금씩 계속 늘어서, '소금툰'을 그린 지 5년이 넘은 지금은 UI/UX 일보다 '소금툰'과 관련된 일을 더 많이 하기도 해요.

디자인과 만화, 두 가지 일은 어떻게 같이 해가고 계신가요?
비중은 거의 5 대 5예요. 연말에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도 있고 달력 판매도 있어서 '소금툰' 일이 더 많아요. 그런데 4월쯤 되면 인스타툰 광고는 많이 안 들어오고 디자인 일은 많이 들어오는 시기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UI/UX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하죠. 그런데 요즘은 확실히 '소금툰'에 전체적인 일정이 더 맞춰지는 것 같아요.

작가로서 ‘소금툰’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꾸준함도 이유였고, 운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잘하는 실력자들도 진짜 많거든요. 저는 살면서 운이 세 번 찾아온다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뭔가를 계속 꾸준히 하고 있던 사람들이 그 운이 왔을 때를 만나면 터지는 것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도 시기가 잘 맞았어요. 만약 제가 프리랜서 3년차에 ‘소금툰’을 시작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간절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프리랜서 초기에 시작했던 덕분에 계속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소금툰’의 한 에피소드. 인스타그램 @sogeumtoom

인스타그램에서 인기 있는 이유를 분석해보자면, 제가 저의 독자를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로 미세 타겟팅한 다음에 그 분들과만 소통을 했던 게 초반 팔로워를 모으는 데 효과적이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해시태그도 고양이에 관한 것만 쓰면 제가 고양이를 그리는 사람이라고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알려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저희 고양이들이 귀여운 이유가 큰 것 같아요.


‘소금툰’의 주인공인 흑당이와 소금이. 김수윤 씨 제공.

지난 10월 출범 2주년을 넘긴 공제회는 앞으로 더 많은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최근 웹사이트를 개편했습니다. 수윤 님이 공제회의 새로운 웹사이트를 디자인해주셨는데요. 어떻게 디자인을 맡게 되셨나요? 공제회의 웹사이트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3년 전에 프리랜서들의 연말 모임에 갔다가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 Free, not free’의 다혜 님을 알게 됐어요. 서로 일하는 걸 지켜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공제회 관련 일을 하고 계시던 다혜 님이 제가 UI/UX 디자인을 하는 걸 알고 일을 의뢰해주셔서 웹사이트 리디자인을 맡게 됐어요. 

김수윤 씨가 디자인한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의 새 웹사이트 이미지. 김수윤 씨 제공.

예전 공제회 웹사이트는 정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업을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새 웹사이트에서는 그런 내용이 잘 안내 되도록 정리했어요. 디자인 같은 경우는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트렌디한 느낌을 내려고 했어요. ‘프리랜서’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는 그 단어를 통해서 더 젊고, 혁신적이고, 멋진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나타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비비드한 색감을 이용해서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실제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프리랜서 중에는 연령대가 높은 분들도 많으시니까 폰트 사이즈는 최대한 키우는 식으로 여러 면을 신경 썼습니다.

이번 디자인 작업을 맡으면서 공제회의 존재를 처음 아셨다고요?
이런 게 있는지 진짜 몰랐어요. 주변에 다른 프리랜서들에게도 알려줬는데,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내가 왜 이걸 놓쳤지’,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프리랜서들은 일이 다양하잖아요. 저만 해도 UI/UX와 인스타툰이라는 두 가지 일을 같이 하고 있고요. 서로 이익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라, 제각각인 프리랜서 개인들이 힘을 합칠 수 있는 이런 공제회 같은 게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어요.

프리랜서로 일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실패에 대한 리스크요. 회사의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여러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어요. 회사가 그 비용을 감당하는 거고, 제가 조금 실수해도 회사가 망하지는 않거든요.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요. 하지만 프리랜서는 실패하면 그 타격감이 바로 제 평판이나 수입으로 오죠. 프리랜서들이 불안정하다고 말하면 회사원 친구들은 어떤 건지 잘 공감을 못하는데요, 그 불안정함은 뽑기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한 달을 투자해서 이모티콘을 만들어도 그게 선정되지 않을 수 있잖아요. 3시간 일한다고 해서 꼭 3시간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니라, 3시간을 투자해도 결과물이 하나도 안 나오기도 하고, 10시간 만큼의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죠. 아무리 결과가 잘 나올 때가 있다고는 해도 항상 랜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불안감을 주는 것 같아요.


디자인과 인스타툰 작업을 하는 업무 공간. 김수윤 씨 제공.

이번에 공제회 정회원으로 가입하셨잖아요. 공제회에서는 프리랜서들을 위해서 목돈 마련 지원, 건강검진 비용 지원, 직업교육 지원, 면접비 지원, 법률상담 지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중에 특히 더 관심이 가는 사업이 있으신가요?
일단 다 신청할 거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건 건강검진이랑 직업교육이에요. 프리랜서는 아무래도 강제성이 없다보니까 건강검진을 등한시하게 되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거든요.

아직 공제회에 가입하지 않은 프리랜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공제회가 너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이번에 웹사이트 디자인을 새로 하면서 공제회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들에 대해 잘 알게 됐는데, 유용한 게 정말 많았어요. 제가 기대하는 것보다도 이미 더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각개전투하는 프리랜서들은 이런 공제회가 있다는 걸 아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공제회가 더 많이 알려져서, 더 많은 프리랜서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혜택을 누리시면 좋겠어요. 


글. 박수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회원, 프리랜서 에디터 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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