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②] 프리랜서 회원, 작가 겸 강연자 권현우 님을 만나다

“미래가 불안정한 프리랜서들이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곳”
[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②] 프리랜서 회원, 작가 겸 강연자 권현우 님을 만나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당신, 가까이에서 고충을 나눌 동료의 존재가 아쉬운 적 없었는가? 4대보험료를 절반씩 꼬박꼬박 지원받는 직장인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은? 내가 지금 받는 이 금액이 맞는 건지, 궁금하고 헷갈렸던 때는?
홀로 일하는 외로움과 어려움에 ‘느슨한 연대’를 꿈꿨다면, 여기에 가장 가까운 대안이 있다.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플랫폼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하 공제회) 이야기다. 공제회는 프리랜서들이 모일 구심점이 되어, 일을 하면서 필요한 법률 상담, 금융 지원, 건강검진 지원, 직업훈련 지원, 면접비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공제회의 정회원으로 내야하는 회비는 월 5천원. 그만큼의 돈을 낼 가치가 있는 걸까?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하는 프리랜서 회원들을 만나 물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인스타툰 작가 권현우(권선비) / (인스타그램 @kwon_sunbi)


공제회 정회원 권현우 씨는 ‘권선비’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 네 컷 만화를 올리고, 외주로 의뢰받은 그림과 글을 창작하며, 때때로 동기부여 강연을 한다. 배달 기사로 일했던 때의 경험을 웹툰으로 그려, 지난 가을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제회 2주년 기념 문예대회에서 1등상을 받기도 했다. 다양한 일과 노동 환경을 경험한 그는 공제회가 “불안정한 프리랜서가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말한다.


안녕하세요, 어떤 일을 하는 프리랜서이신가요?
안녕하세요, 그림을 그리는 권현우라고 합니다. 네이버 같은 웹툰 플랫폼이 아닌,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올리는 걸 저의 브랜드로 만들고 있는 인스타툰 작가입니다. 그림과 글 외주 작업도 하고 있고요. 청년을 포함해서 삶의 탈출구가 필요한 분들께 인사이트를 드릴 만한 내용의 강연도 종종 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 외교관이 꿈이었어요. 외무고시에 실패하고 나서, 대학원을 휴학하고 한동안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고향인 마산에 내려가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죠. 할 줄 아는 게 공부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시험도 계속 떨어졌어요. 우울증을 겪던 그때 제 눈 앞에 늘 있는 게 종이랑 펜이었어요. 그렇게 우연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주변에서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면서 스스로 치유도 됐고요. 그게 2018년쯤이니까, 그림 그린 지 이제 5년이 되었네요. 서울시 관련 기관에서 홍보물에 쓸 그림 작가를 찾을 때 지원해서 뽑힌 걸 시작으로 외주 작업도 해오고 있습니다.

공제회 출범 2주년 문예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현우 씨의 네 컷 만화. 인스타그램 @kwon_sunbi

인스타툰의 내용이 궁금해요.
처음엔 수험생이라 우울한 내용, 아니면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북돋우는 내용이었어요. 지금은 일상을 그리면서 그 안에서 제 나름대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요. 우리 삶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든지, 환경을 위해 전기를 덜 써야 한다든지 그런 내용으로요. 글로 쓰면 재미없는 것도 그림으로 그리면 나름의 재미가 생기거든요. 계속 그릴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의 반응 덕분이었어요.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를 생각해보게 돼서 좋다거나, 그림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반응들이요. 결국 작가는 독자가 있어야 완성되는 것 같아요.

어떨 때 ‘나는 프리랜서’라고 느끼시나요?
불안할 때요. 뭔가를 성취한 긍정적인 순간 때보다는, 이 ‘다음’이 없다는 걸 깨닫는 부정적인 순간에 ‘내가 프리랜서구나’ 느껴요.‘다음’에 대한 고민은 월급을 받지 않는 프리랜서라서 하는 거잖아요. 열심히 하면 성과가 있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불안한 부분은 여전하니까요.

프리랜서는 ‘프리’한가요?
프리한 부분과 프리하지 않은 부분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일감을 받는 순간 사회적인 약속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로부터는 조금 멀어지죠. 자기 창작물로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 싶다면 그때부터는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해요.

‘N잡러’로 일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진정한 ‘엔잡’은 없다고 봐요. 저는 그림도 그리고 강연도 하지만, 그것들이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로 묶이기 때문에 같이 해올 수 있었던 거거든요. 전혀 다른 분야를 하는 건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요. 돈보다 커리어가 목적이라면,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한 가지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린 후에 다른 단계를 시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왼쪽) 평소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린다. 인스타그램 @louis36kwon (오른쪽) 동기부여 강연 중인 모습. 사진 본인 제공.


공제회에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어요?

6개월 전에 우연히 ‘목돈 마련 지원 사업’을 홍보하는 걸 보고 정회원으로 가입했어요. 보통 받을 수 있는 이자보다 지원금이 훨씬 더 큰 게 매력적이었어요. 또 이 사업에 참여해서 3년짜리 적금을 꾸준히 부으면서 내 나름대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의 지원 사업이란?

정부나 회사가 제공하는 금융 지원이나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없는 프리랜서들을 위해, 일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비용을 공제회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현재 정회원이 적금에 가입하면 일정액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목돈 마련 지원 사업, 직업 훈련 및 자격증 취득 비용 지원 사업, 면접비 지원 사업, 건강 검진 비용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목돈 마련 지원’ 외에 다른 지원도 받아보셨나요?

아직까지는 안 해봤지만, 다른 사업도 참여하고 싶어요. 우선 건강검진을 신청하려고요. 아무래도 프리랜서는 자기 몸이 곧 재산이거든요. 몸이 아프면 그림도 못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건강검진 비용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라, 건강 관리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자격증 지원 사업도 참여해보고 싶어요.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격증이 있으면 나중에 그림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저한테 ‘다음 단계’가 생기는 거잖아요. 프리랜서로서의 삶도 분명 존중받을 만한 것이지만, 나름 안전장치가 필요하거든요. 장기적인 미래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되는 부분들을 공제회 사업들이 제공해주는 것 같아요.


평소에 생각한 아쉬운 부분을, 공제회의 사업들이 채워주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네. 충분히요. 그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로서 느낄 수 있는 외로움도 상쇄되는 것 같아요. ‘프리랜서 연말파티’ 같은 모임에서도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다만 금융 부문 사업을 별도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서민금융진흥원과 MOU를 맺는다든지, 보증금 지원이나 창작지원금 쪽의 사업도 가능하고요.


프리랜서에게 가장 중요한 계약이나 페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공제회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제가 하는 인스타툰 같은 경우는 작가분들이 많이 계신데도 다들 개별적으로 일을 하다보니까 일반적으로 얼마를 받는지 잘 몰라요. 그런 상태에서 일을 하면 창작자로서의 권리보다는 갑을 관계에서 일감을 받는 게 감사한 ‘을’로서만 머물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퀄리티에 따라 5만원 받는 사람이 있고, 100만원 받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일은 최저로 어느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합의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공제회가 프리랜서들을 모아서 실태 조사나 설문 조사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평균적으로 얼마를 받더라’, 아니면 ‘이 정도의 일에는 보통 몇 시간 정도가 소요되더라’, ‘창작자로서 생각하는 적정 가격은 이 정도다’, 이런 의견들을 모으기만 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고 근거 자료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이 설문 조사를 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아직 공제회에 가입하지 않은 프리랜서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프리랜서라고 외롭게 혼자 일할 필요는 없어요. 뭐든지 직접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게 프리랜서의 힘든 점이지만, 찾아보면 이렇게 공제회가 있고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있으니 그걸 꼭 잘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박수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회원, 프리랜서 에디터 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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