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들의 권익을 중립적이고 균형 있게 지지하며 추구할 공제회와 같은 기관이 반드시 필요해요.
[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⑨] 웹소설 작가·번역가 박기옥
프리랜서로 일하는 당신, 가까이에서 고충을 나눌 동료의 존재가 아쉬운 적 없었나요? 4대보험료를 절반씩 꼬박꼬박 지원받는 직장인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은? 다른 프리랜서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내가 지금 일하는 방식이 맞는 지 궁금했던 적은 없나요? 홀로 일하는 외로움과 어려움에 '느슨한 연대'를 꿈꿨다면, 여기에 가장 가까운 대안이 있습니다.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플랫폼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하 공제회) 이야기입니다. 공제회는 프리랜서들이 모임 구심점이 되어, 일을 하면서 필요한 법률 상담, 금융 지원, 건강검진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공제회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를 만나서 물었습니다.
어떻게 일하고 있어요? |
Q.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웹소설 작가이자 출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기옥입니다. 웹소설 연재 플랫폼과 인터넷 서점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허밍북스(포즈밍) 출판사에서 <해시태그 스토리>라는 일본 소설집을 번역하며 출판 번역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Q. 웹소설과 출판 번역을 병행하다니 멋지네요! 각 작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웹소설은 거의 매일 한 편씩 연재하는 특성상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마감도 며칠에 한 번씩 돌아오니 지루할 겨를이 없어요. 특히 제 소설을 원작으로 웹툰 같은 2차 저작물이 만들어질 때 느끼는 기쁨은 정말 크답니다.
반면, 출판 번역은 책 한 권을 한 달 이상 깊이 파고드는 작업이라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번역가는 작가로서 쓰지 않을 이야기나 단어를 접하며 원작자의 의도를 살려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하죠. 표현을 찾는 과정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딱 맞는 표현을 찾아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Q. 성격이 다른 두 작업을 병행하면서 어려움은 없는지,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일정이 겹칠 때 시간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은 허둥대면서 작업하고 있는데, 마감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우다 보면 이후 일정이 연달아 밀리기도 해요.
박기옥 작가의 책상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한쪽 일이 막힐 때 다른 쪽 일을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막혔던 일이 풀리곤 합니다. 두 작업 모두 언어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창작 집필과 번역은 머리를 쓰는 방식이 전혀 달라요. 그래서 비슷한 일을 반복한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기분 전환이 되는 경우가 많아 좋습니다.
Q.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어떠한가요? 만족스러운 점과 어려운 점을 말씀해주세요.
저는 취미가 직업이 된 케이스라,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점이 가장 즐겁습니다. 또한, 제 직무와 경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만들어 간다는 실감도 들고요. 물론 1인 기업처럼 자잘한 사무까지 혼자 처리해야 하지만, 남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단체 행사에 억지로 참여해야 하는 일이 적어 그만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박기옥 작가가 평소에 걷는 산책길
반면 어려움도 많습니다. 아무리 성실히 일해도 다음 일감이 없을 수 있다는 불안, 착실히 세금을 내도 노동자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불신은 늘 마음에 남아 있어요. 또한, 몇십 년째 변하지 않는 작업 단가, 무급 노동 관행,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 불법 사이트의 무단 전재로 인한 매출 감소 등 생계와 직결된 고민도 크죠. 프리랜서도 개인 경력이나 물가 상승을 반영한 최저 단가 인상이 이루어지고, 노동량에 따라 급여가 보장되었으면 합니다.
Q.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에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나요?
SNS와 번역가 커뮤니티에서 공제회 사업 소개와 회원 경험담을 접하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공제회 사업 중 ‘목돈마련 응원매칭’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달 첫 응원금을 받았습니다(와!). 또한, 정책회원 대상의 ‘커뮤니티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프리랜서 웹툰, 웹소설 작가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준비 중이에요. 앞으로 같은 직종의 종사자들과 소통하며 친목을 다지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Q.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정책회원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제회에서 정책회원 모집 공지를 여러 번 보았는데, 업계 분들의 참여율이 낮을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저라도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면 제 의견을 내볼 기회가 생길 거라는 기대도 있었고요.
Q. 정책회원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지난 11월 12일 ‘정책 네트워킹 데이’에 참여해 다양한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프리랜서라고 해도 업종이나 작업 환경에 따라 처한 상황이나 바라는 바가 너무 달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어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프리랜서들의 권익을 중립적이고 균형 있게 지지할 공제회와 같은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정 업계가 빠르게 조직화되면서 전체 프리랜서를 과잉 대표한다면, 소수의 큰 목소리가 다른 개인의 목소리를 묻어버릴 우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제회가 중심을 잡고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공제회에 가입하지 않은 프리랜서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프리랜서라면, 특히 특수 직종에 종사한다면 공제회를 통해 업계 상황을 널리 알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얼른 가입해서 공제회의 유익한 사업에도 참여하고, 같은 업계 친구도 만들어 보세요!
글. 박의나(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회원. 프리랜서 에디터)
편집. 이다혜(프리랜서 권익센터 정책위원. 프리랜서 에디터)
프리랜서들의 권익을 중립적이고 균형 있게 지지하며 추구할 공제회와 같은 기관이 반드시 필요해요.
[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⑨] 웹소설 작가·번역가 박기옥
프리랜서로 일하는 당신, 가까이에서 고충을 나눌 동료의 존재가 아쉬운 적 없었나요? 4대보험료를 절반씩 꼬박꼬박 지원받는 직장인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은? 다른 프리랜서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내가 지금 일하는 방식이 맞는 지 궁금했던 적은 없나요? 홀로 일하는 외로움과 어려움에 '느슨한 연대'를 꿈꿨다면, 여기에 가장 가까운 대안이 있습니다.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플랫폼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하 공제회) 이야기입니다. 공제회는 프리랜서들이 모임 구심점이 되어, 일을 하면서 필요한 법률 상담, 금융 지원, 건강검진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공제회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를 만나서 물었습니다.
어떻게 일하고 있어요?
Q.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웹소설 작가이자 출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기옥입니다. 웹소설 연재 플랫폼과 인터넷 서점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허밍북스(포즈밍) 출판사에서 <해시태그 스토리>라는 일본 소설집을 번역하며 출판 번역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Q. 웹소설과 출판 번역을 병행하다니 멋지네요! 각 작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웹소설은 거의 매일 한 편씩 연재하는 특성상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마감도 며칠에 한 번씩 돌아오니 지루할 겨를이 없어요. 특히 제 소설을 원작으로 웹툰 같은 2차 저작물이 만들어질 때 느끼는 기쁨은 정말 크답니다.
반면, 출판 번역은 책 한 권을 한 달 이상 깊이 파고드는 작업이라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번역가는 작가로서 쓰지 않을 이야기나 단어를 접하며 원작자의 의도를 살려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하죠. 표현을 찾는 과정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딱 맞는 표현을 찾아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Q. 성격이 다른 두 작업을 병행하면서 어려움은 없는지,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일정이 겹칠 때 시간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은 허둥대면서 작업하고 있는데, 마감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우다 보면 이후 일정이 연달아 밀리기도 해요.
박기옥 작가의 책상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한쪽 일이 막힐 때 다른 쪽 일을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막혔던 일이 풀리곤 합니다. 두 작업 모두 언어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창작 집필과 번역은 머리를 쓰는 방식이 전혀 달라요. 그래서 비슷한 일을 반복한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기분 전환이 되는 경우가 많아 좋습니다.
Q.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어떠한가요? 만족스러운 점과 어려운 점을 말씀해주세요.
저는 취미가 직업이 된 케이스라,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점이 가장 즐겁습니다. 또한, 제 직무와 경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만들어 간다는 실감도 들고요. 물론 1인 기업처럼 자잘한 사무까지 혼자 처리해야 하지만, 남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단체 행사에 억지로 참여해야 하는 일이 적어 그만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박기옥 작가가 평소에 걷는 산책길
반면 어려움도 많습니다. 아무리 성실히 일해도 다음 일감이 없을 수 있다는 불안, 착실히 세금을 내도 노동자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불신은 늘 마음에 남아 있어요. 또한, 몇십 년째 변하지 않는 작업 단가, 무급 노동 관행,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 불법 사이트의 무단 전재로 인한 매출 감소 등 생계와 직결된 고민도 크죠. 프리랜서도 개인 경력이나 물가 상승을 반영한 최저 단가 인상이 이루어지고, 노동량에 따라 급여가 보장되었으면 합니다.
Q.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에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나요?
SNS와 번역가 커뮤니티에서 공제회 사업 소개와 회원 경험담을 접하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공제회 사업 중 ‘목돈마련 응원매칭’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달 첫 응원금을 받았습니다(와!). 또한, 정책회원 대상의 ‘커뮤니티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프리랜서 웹툰, 웹소설 작가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준비 중이에요. 앞으로 같은 직종의 종사자들과 소통하며 친목을 다지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Q.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정책회원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제회에서 정책회원 모집 공지를 여러 번 보았는데, 업계 분들의 참여율이 낮을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저라도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면 제 의견을 내볼 기회가 생길 거라는 기대도 있었고요.
Q. 정책회원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지난 11월 12일 ‘정책 네트워킹 데이’에 참여해 다양한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프리랜서라고 해도 업종이나 작업 환경에 따라 처한 상황이나 바라는 바가 너무 달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어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프리랜서들의 권익을 중립적이고 균형 있게 지지할 공제회와 같은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정 업계가 빠르게 조직화되면서 전체 프리랜서를 과잉 대표한다면, 소수의 큰 목소리가 다른 개인의 목소리를 묻어버릴 우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제회가 중심을 잡고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공제회에 가입하지 않은 프리랜서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프리랜서라면, 특히 특수 직종에 종사한다면 공제회를 통해 업계 상황을 널리 알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얼른 가입해서 공제회의 유익한 사업에도 참여하고, 같은 업계 친구도 만들어 보세요!
글. 박의나(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회원. 프리랜서 에디터)
편집. 이다혜(프리랜서 권익센터 정책위원. 프리랜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