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일하는 당신, 가까이에서 고충을 나눌 동료의 존재가 아쉬운 적 없었는가? 4대보험료를 절반씩 꼬박꼬박 지원받는 직장인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은? 내가 지금 받는 이 금액이 맞는 건지, 궁금하고 헷갈렸던 때는?홀로 일하는 외로움과 어려움에 ‘느슨한 연대’를 꿈꿨다면, 여기에 가장 가까운 대안이 있다.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플랫폼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하 공제회) 이야기다. 공제회는 프리랜서들이 모일 구심점이 되어, 일을 하면서 필요한 법률 상담, 금융 지원, 건강검진 지원, 직업훈련 지원, 면접비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공제회의 정회원으로 내야하는 회비는 월 5천원. 그만큼의 돈을 낼 가치가 있는 걸까?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하는 프리랜서 회원들을 만나 물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
[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①] 프리랜서 회원, 번역가 송이루 님을 만나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당신, 가까이에서 고충을 나눌 동료의 존재가 아쉬운 적 없었는가? 4대보험료를 절반씩 꼬박꼬박 지원받는 직장인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은? 내가 지금 받는 이 금액이 맞는 건지, 궁금하고 헷갈렸던 때는?
홀로 일하는 외로움과 어려움에 ‘느슨한 연대’를 꿈꿨다면, 여기에 가장 가까운 대안이 있다.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플랫폼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하 공제회) 이야기다. 공제회는 프리랜서들이 모일 구심점이 되어, 일을 하면서 필요한 법률 상담, 금융 지원, 건강검진 지원, 직업훈련 지원, 면접비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공제회의 정회원으로 내야하는 회비는 월 5천원. 그만큼의 돈을 낼 가치가 있는 걸까?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하는 프리랜서 회원들을 만나 물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왜 가입하셨어요?
번역가 송이루. 사진 본인 제공.
공제회 정회원 송이루 씨는 경제와 경영 분야의 책들을 주로 번역하는 5-6년차 영한번역가다. 지난 여름, ‘목돈 마련 매칭 사업’을 통해 공제회의 존재를 알게 되어 가입했다.
안녕하세요, 이루 님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안녕하세요, 영한번역가 송이루입니다. 일반 대중이 보는 책을 번역하는 출판번역, 그리고 기업에서 사용하는 산업 자료나 온라인 상의 텍스트를 번역하는 기술번역을 하고 있어요.
처음 프리랜서 번역가가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우연한 기회로 번역하는 일들을 연달아 하게 되면서, 이 일이 즐겁다고 느꼈어요. 후원하던 NGO에서 번역 봉사를 하고, 일하던 증권사에서 영어 자료를 조사하고 번역해 정리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번역이라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번역한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게 신기했어요. 가끔 반응이 좋지 않을 때는 긴장되고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작업을 마치고 나면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프리랜서가 되기 전에는, 프리랜서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셨나요?
말그대로 ‘프리’한 생활을 꿈꿨죠. 시공간의 제약 없이, 카페에 노트북을 펴놓고 원하는 만큼 일하는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요. 정작 지금은 큰 모니터가 있는 집에서만 일하고 있습니다. 화면이 너무 작으면 내용을 놓칠 수도 있고, 장시간 일하면 눈도 아프거든요… 카페에서는 도저히 일이 안되겠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프리’한 부분이 있지 않나요?
있어요. 어느 정도는 일정을 제가 조정할 수 있거든요. 바로 몇 시간 후에 마감인 일을 받을 때도 있지만, 출판번역의 경우에는 한 책에 두세 달 정도는 주어지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서 제가 유연하게 작업 일정을 정할 수 있죠. 덕분에 평일 낮에 은행에 간다든가, 할인 가격으로 미용실을 이용한다든가 하는 생활의 편리함 같은 게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이게 단점이기도 해요.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게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는 뜻인가요?
남들이 일할 때 쉰다는 건, 남들이 쉴 때 일한다는 거거든요. 급한 마감이 있으면 주말에 일하기도 하고, 생활 패턴을 마감에 맞춰야할 때도 있죠. 그래도 저한테는 장점이 더 크게 와닿지만요.
프리랜서라서 겪는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혼자 일한다는 점이에요. 제 경우에는 평소에 혼자 일하고, 업무적인 소통도 보통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 만날 일이 많지 않아요. 업무적인 소통도 9할은 출판사 담당 편집자, 그리고 번역 에이전시의 담당 직원분과만 하죠.
또 제가 예전에는 집중이 잘 된다는 이유로 주로 밤시간에 작업을 했거든요. 오랫동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그걸 계속하다보니까, 남들과 일하는 시간이 달라져서 정말 혼자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생활 패턴을 바꿔서 전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주말 중에 하루는 꼭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하다가 인생에서 더 소중한 것들을 잃으면 안 되니까요.
본인이 직장을 다녔을 때나, 아니면 지금 주위의 직장인들과 비교해서 프리랜서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4대보험을 지원해주는 회사가 없는 것, 또 (월급을 받는 근로소득자인 직장인들과 달리) 소득공제되지 않는 비용이 있는 것 같은 경제적인 차이가 가장 아쉽죠. 또 프리랜서들은 돈을 받는 것과 관련해 안전장치가 전혀 없어요. 미루면서 돈을 지급하지 않는 업체들이 있을 때 개인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죠.
(왼쪽 위) 평소 작업하는 책상 (오른쪽 위) 출판한 번역서들 (아래) 작업 중 휴식을 위해 종종 찾는 집 근처 공원 산책로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에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어요?
7월인가 8월쯤에, 번역가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청년 프리랜서 목돈 마련 지원’ 사업에 대한 글이 올라왔어요. 어느 단체에서 프리랜서들이 적금을 들면 지원금을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길래 어떤 곳인지 검색해봤는데, 믿을 만한 곳 같더라고요. 가입하면 혜택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전까지는 공제회에 대해 모르셨나요?
네, 전혀 몰랐어요. 알고나서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생각했어요. 앞서도 말했지만, 많은 프리랜서들이 혼자 일하잖아요. 일 외에 업무 환경이나 정보를 논할 동료가 주위에 없다보니 이런 모임이나 단체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어요. 저는 통번역대학원 출신이 아니라 단체와는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공제회의 존재가 너무 반가웠어요.
공제회의 존재가 반가우셨다고요?
네, 번역가들은 출판이건 영상이건 번역 단가를 개별적으로 협상하기가 어려운데요. 우리나라에 그런 협상력을 가진 단체가 없는 게 항상 아쉽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경우에는 단가가 너무 낮은 일은 하지 않아요. 또 저와 일하는 에이전시 중에는 수수료를 공개해서 단가 변화를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곳도 있고요. 하지만 번역가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 보면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서 무료 봉사에 가까운 금액에 일하고 있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반대로 경력이 있고 높은 단가를 받는 분들은 일감이 많지 않다고 해요. 그런 글들 볼 때마다 악덕 업체들만 이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래서 번역가들이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공제회에 추가로 기대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혼자가 아니다’라는, 든든한 동료 의식을 느낄 수 있는 단체가 되면 좋겠어요. 또 단가까지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여러 업무 조건에 대한 협상력도 갖는 단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 경험도 더 쌓아야 하고, 세금이나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그게 어쩌면 가장 일반적인 프리랜서의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제회가 그런 부분을 메우고 교류하는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회원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 많이 홍보되면 좋겠어요!
공제회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프리랜서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목돈 마련 사업’에 완전 만족하고 있거든요. 공제회의 이런 사업들이 지속되고, 다양한 새 사업들도 진행되어서 회사 복지가 없는 프리랜서분들도 간접적으로라도 이렇게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박수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회원, 프리랜서 에디터 겸 번역가)